자연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의 가치로 생각하는 브랜드 《와일드와일드웨스트》의 디자이너 이현준 님을 소개합니다.
이현준
30세 / 디자이너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시나요?

살면서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물건만 보유하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많이 갖고있을 때에는 신경쓰고 정리해야할 것들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갖고있던 물건을 덜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물건을 줄일수록 관리할 물건이 적어지고 청소하기도 편해지는 등 여러 장점이 있어요. 

물론 캠핑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조금 더 챙겨야 할 물건들이 있는데, 안전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필수 장비를 더 챙겨가는 것은 미니멀리즘을 벗어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캠핑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친한 동생과 백패킹을 시작한 이후로 캠핑에 빠지게 됐어요.
상쾌한 공기 마시며 밤 늦게까지 술 마실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때 쯤 별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고, 집으로 돌아갈 걱정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잘 수 있다는 그 여유로운 기분도 매력적이었어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다보니 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당장의 만족을 채우는 일 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한다거나 육류 소비를 줄이는 등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것에 이르기까지..  캠핑은 삶에 대한 저의 가치관을 변화시켜주었어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클린하이커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일상과 취미 활동에서도 환경에 덜 피해가게끔 노력하고 싶습니다.

와일드와일드웨스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와일드와일드웨스트 대표님과는 캠핑을 다니면서 알게되었습니다. 2018년 경, 디자인이나 사진 촬영 등 소소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디자이너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반적인 업무들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필드 테스트가 끝나면 최종생산 이전에 전반적인 비율을 수정하여 제품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유통을 위한 패키지, 웹과 소셜미디어를 위한 이미지 제작, 사진과 동영상 촬영 및 편집 등 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하고있습니다.

디자이너 성향이 아웃도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디자인 업무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장비를 구매할 때 브랜드의 이미지가 잘 드러난 제품인지, 내구성과 마감 등 품질은 뛰어난지, UX(사용자 경험적) 측면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인지, 조형적 완성도 등을 고려해서 장비를 선택합니다.
또한 비슷한 포지션의 제품들 중에서도 이 차별점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편입니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에는 가성비 위주로 저렴한 것을 찾았는데요, 브랜드 생태계를 비롯해서 환경적인 측면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후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더 신경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가 저렴한 제품을 좋아한다면, 제가 일하는 브랜드의 가치도 비슷한 포지션이 되어버릴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렴한 카피 제품들이 수두룩한 현실이지만,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디자이너의 노력을 통해 양질의 제품이 출시되기도 합니다.
“한국 캠핑업계는 잘 해내고 있는가” 에 대해 생각해보면, 결국 기존의 제품을 살짝만 바꾸거나 카피해서 중국에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걸 보면, 카피제품을 욕할 만큼 떳떳한 현실은 아니라는 생각합니다.

아웃도어 활동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달 간 호주 여행을 떠났을 때, 캠퍼밴으로 일주일 정도 로드트립을 한 기억이 가장 떠오릅니다.

남호주에서 서호주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주유를 깜빡하고 계속 주행하면서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넷이라도 잘 터졌으면 주유소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산하면서 갈 수 있을텐데, 지도에는 야영지 위치만 저장해둔 상황이라 가늠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위기를 감지하고 중간에 멈춰서 만나는 여행객들에게 기름 구걸을 해봤지만 유종이 달라 실패하고, 서호주로 넘어가는 경계 검문소에서는 갖고 있던 과일도 다 압수당했어요.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채로 한참을 달려차가 달리는 힘도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그때, 저 멀리 화물차들이 휴게하는 곳이 보이는 거예요.
간신히 도착해서 기름을 가득 채우는데, 최대 주유량 60L 중 59.91L가 들어갔어요. 기름 90ml 정도가 남았던 거죠… 제일 아찔했던 경험이에요.

클린하이커스로 활동 중이십니다

클린하이커스는 @hiking___artist 김강은 대장이 혼자 활동하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기획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다른 구성원도 늘었습니다. 저는 사진 활동가 및 브랜드 디자이너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줍는 산행을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에 노출시키면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직접 쓰레기를 주우면서 생각보다 깨끗하지만은 않은 자연의 상태를 인지하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이전보다 자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예전만큼 활동하기는 곤란한 만큼, 채식하루라는 비대면 중심 모임을 함께 병행하고있습니다.

멋진 사진을 촬영하는 노하우를 살짝 알려주세요

사진을 촬영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피사체 자체의 조형적 완성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하게 만들어진 물건은 아무리 잘 찍는 사람도 살리지 못할 겁니다. 그러다보니 늘 갖고 다녀야하는 제품을 구매 하는 단계부터 신중한 편입니다.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캠핑이라면 필요한 물품들을 상세하게 리스트업해서 평소보다도 더욱 심플하게 갑니다. 배경으로 노출되는 공간이 지저분해지지 않으면서 촬영 대상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효과를 위해서인데요, 신경 써야할 물건들이 많다보면 촬영 전 심리적인 부담감도 따라올 수 밖에 없고 피로도가 쌓입니다.

저희 브랜드 화목난로 촬영이 목적일 때를 예시로 들어보면, 잘 어울리는 제품은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런 브랜드의 제품과 잘 어울립니다” 라는 방식으로 제안하는 것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철학이나 슬로건이 있을까요?​

“1인분 하는 삶을 지키며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디자인평론가 ‘최범’ 선생님의 <1인분 사회 – 개인주의는 내 신체의 1인분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에서 출발한다>라는 글을 읽고 감명 받은 순간이 있습니다.

전철에서 2인분에 해당하는 자리를 침범해서 앉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의 울타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적용하며 살다보면 너무 야박한 것이 아니냐” 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피해를 주는 사람보다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나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심플하고 미니멀하게 캠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비를 갖추는 것 뿐만 아니라, 캠핑에 가져가는 음식을 간소화 시키는 것 까지요. 불필요한 장비까지 과도하게 챙겨나가서 남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게 느껴지진 않거든요.

음식도 평소에 먹는 양보다도과도하게 많이 가져가면 과식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발생하죠.
“캠핑에서는 무조건 고기 먹어야지” 라는 것 보다, 심플하고 저렴하게 라면 하나만 챙겨가서 밥이랑 먹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방향성이랄까요?

쉬러 가는 캠핑이 노동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