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주말에는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자연을 기록하러 다니는 여행가이자 백패커, 이상민 님을 소개합니다.
이상민
Flutterer_camper / 연구원

캠핑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대 중반에 욕심을 부려,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일과 공부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대학원을 시작할 때의 열정과 마음은 온데간데 없었죠.

그런 상태로는 직장과 공부,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주말은 온전히 나를 위한 취미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저렴하고 알록달록한 피크닉 텐트를 들고 무작정 한강 피크닉을 갔는데, 그때 본 일몰과 분위기에 취해 캠핑장비를 하나씩 구매하며 그다음에는 백패킹을 떠나봤어요.

자연 속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산을 오르고 계곡을 걸으며 보는 풍경은 한강 일몰보다 더 뜨겁고 강렬하더라고요.
백패킹을 시작하고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백패킹 스타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가끔 백패킹으로 장거리 강행군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고된 일정에 몸과 마음이 지치기는 했지만, 인상 깊은 경치와 스팟이 나올 때마다 그 순간을 기록하고 담아두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이런 기록을 우선시하다 보니 정작 저 자신이 자연과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면서 아웃도어 활동 자체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웃도어 활동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여행 이후 찾아오는 그리움은 그 장소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도 해당하는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전남에 있는 대둔도로 백패킹을 떠났는데, 만나는 순간부터 섬을 떠나기 전까지 손주처럼 챙겨주시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육지에 저와 나이가 비슷한 손주들이 있으신 할머니는 섬이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주셨죠.
“밥은 무겄어?? 할미네서 라면 먹고 가~~” “땅서 자지 말어! 지네한테 물리면 아파버려” “우리 집서 자고 가. 선풍기 갔다 놨어!” “어디 갔다 왔어! 느이들 찾으려고 선착장까지 갔다와버렸잖아!”

낯설기만 했던 섬에서 몸도 성치 않은 할머니께서 직접 수고롭게 챙겨주셨기에 대둔도 백패킹은 잊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멋진 스팟들을 찾는 본인만의 팁이 있나요?

저는 소문난 여행지 또는 명소보다는 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선호해요.
방문하고 싶은 지역을 선정한 뒤에는 트레킹 코스를 위성지도로 살펴보며 동선을 파악하죠.

걷기 좋은 곳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지역으로 향하여 굳이 정해진 코스 없이 무작정 걸어요. 정상과 같이 목적지 중심이 아니기에 여유롭게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살펴보고, 특색 있는 토속음식 맛도 보면서 걷다 보면 길에서 만나는 주민분들에게서 좋은 꿀박지 정보들도 얻곤 해요.

그렇게 사유지나 보호구역이 아닌 적당한 장소를 만나게 되면, 텐트를 꺼내 자연을 벗 삼아 즐기곤 하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기억나는 캠핑 명소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억에 남는 장소는 푸른 동해를 마주할 수 있는 영덕 블루로드, 낙동강 유역의 내륙을 가로지르며 걷는 이국적인 낙동정맥, 산단에서 내 뿜는 형형색색의 빛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취산 진례봉, 굽이굽이 바위의 웅장한 비경을 품은 방태산 깃대봉, 느림의 미학을 온전히 즐기며 해수욕과 해루질이 가능한 도초도 등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전남 신안군에 있는 대장도입니다. 서울 기준 약 6-7시간 정도 소요되는 긴 여정이기 때문에 정신무장이 꼭 필요하긴 해요.

대장도는 국내 최초로 도서 지역에서 발견된 습지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청정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에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자부심에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백패킹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물론 방안의 침대만큼 편안한 것은 없겠지만, 도시인들의 반복적인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취미로 꼭 권해드리고 싶네요.

오롯이 자연 속에서 나만의 집을 짓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청량한 파도 소리, 바람에 풀잎들이 스치는 소리에 여유롭게 몸을 맡기며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이어서, 어두워지면 소금 알갱이들과 같은 별빛이 쏟아지는 감동의 세계가 펼쳐지게 될 거에요.

처음 백패킹을 떠날 때는 물론  배낭, 텐트, 침낭, 매트, 랜턴, 의자 등 장비를 갖춰야 하고 떠날 장소의 정보와 트레킹 동선파악도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일기예보를 체크함으로써 변할 수 있는 기상현황 파악까지 해서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문제없이 다녀오실 수 있을 겁니다.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슬로건이 있을까요?

“현재의 행복을 미래에 양보하지 말자”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타인에게 인정받는 보여주기 삶이 아닌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모두 해내며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싶네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SNS를 통해 다녀오신 분들, 여행사, 그리고 강연을 들으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었죠.

아쉽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제 꿈은 잊혀가고만 있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면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몸소 꼭 보고 느껴보고 싶네요.

그때까지는 국내의 아름다운 곳을 배낭 메고 기록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