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이킹을 즐기고 계신 이민정 님을 소개합니다.
이민정
32세 / 그래픽 디자이너

민정 님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시나요?

자연 가까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삶을 추구해요. 숲속에서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이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줘요.
제가 가장 평온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이지요.

등산을 본격적으로 즐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평일 오전, 아무도 없는 산에서 조용히 명상하는 게 좋아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가까운 수락산, 북한산 등을 오르다가 본격적으로 각각의 산이 가진 고유한 매력들에 퐁당 빠지면서 등산을 매주 가게 되었어요.

산과벗 공작소를 통해 100대 명산 뱃지를 제작하신다고요?

산과벗 공작소는 즐거운 등산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만든 브랜드입니다.
제가 그러하듯 누구나 자신만의 산을 사랑하는 방법을 마음껏 표현하기를 바라면서요.

산과벗 공작소는 디자이너인 제가 산을 향한 애정을 맘껏 표현하는 놀이터인 셈이죠. 대한민국의 산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모두가 건강하게 누리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어요.

산과벗 공작소의 최종 목표는 대한민국의 100대 명산 뱃지를 모두 만드는 것이지만, 처음에는 5대 명산 뱃지를 제작하여 펀딩을 진행했죠. 그 후로는 산을 오르며 마음이 많이 끌렸던 곳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추가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라산, 설악산, 북한산, 덕유산, 지리산, 관악산 뱃지를 만들었어요.

거제에서 Workcation을 하고 계신 모습이 부럽네요

저는 주로 행사나 포럼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행사가 많은 덕에 노마드 형태로 충분히 업무가 가능해서 거제에 머물며 서울에 있는 클라이언트 분들과 일하고 있어요.

Workcation의 장점은 일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머물 수 있다는 거예요. 노트북만 펼치면 어디든 저의 사무실이 되죠. 주로 거제의 한적한 바닷가. 거제도에서 또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 사무실이 되곤 합니다.

단점은 제 기준에서는 없어요. 다만 유의할 점은 업무 능력을 향상하려는 노력과 놀고 싶은 마음의 수평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거예요. 

등산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산을 더 즐길 수 있는 저의 노하우는 몰입해서 빠르게 산을 오르다 가도 가만히 멈춰서서 주변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그러면 미처 보지 못했던 미묘한 산의 아름다움을 주의 깊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일정한 리듬으로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 높은 나뭇잎 사이로 스민 햇빛이 몸에 닿는 감각, 거친 나무 기둥에 손이 닿았을 때 느껴지는 촉촉한 질감 등이 그렇죠.

특히 좋았던 산행이 있을 것 같은데, 소개해주세요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산은 언제 누구와 함께했는지 등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산행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저에겐 참 좋았던 곳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힘든 곳으로 기억되기도 하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자면 역시나 설악산입니다. 이른 새벽 탐방로가 열리자마자 가장 처음 어둠 짙게 가라앉은 천불동계곡을 올랐어요.
노란 부엉이의 두 눈과 마주한 순간도 있었죠.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피톤치드 향이 선명하게 와닿았는데 정상에 다 와 갈수록 날이 점점 맑아지더니 대청봉에서는 새파란 하늘에 뽀얀 구름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천국 같은 풍경을 봤어요.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산행이었습니다.

본인만의 스타일링 노하우와 함께 애정하는 착장을 소개해주세요

산에서 뒹굴뒹굴 여유롭게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착장은 최대한 편하고 실용적이고 예쁘게 입습니다.
스포츠 브라탑은 한 치수 정도 넉넉하게 입어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데에 지장이 없게 해요. 특히 여름 산행에서는 체온 유지를 위해서 땀이 흘러도 빠르게 마르는 습건성 스포츠 의류를 즐겨 입습니다.

요즘 애정하는 착장은 쉘코퍼레이션의 엔젤 페더 와이드 햇, 엔젤 페더 자켓, 엔젤 페더 쇼츠, 울랄라 메리노울 양말이에요. 등산복답지 않게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성을 갖췄죠.

다른 착장으로 위뜨의 드림슈퍼에어쿨메쉬브라탑, 컴포트 숏팬츠 조합도 애정해요. 초경량 원단이라 여름 산행하며 계곡에 빠져 실컷 놀다가 하산해도 몇 분만 지나면 금방 뜨거운 햇빛에 옷이 말라요.

아웃도어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수락산 정상 근처 한적하고 널찍한 바위에 앉아 1시간가량 여유로이 명상을 한 적이 있어요. 여러가지 고민으로 머릿속이 온통 가득 차서 힘들었거든요.

명상을 하다가 스르르 눈을 떴는데 제 발아래에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가 빼곡히 보이더라고요. 문득 “나는 저 작은 아파트 속 작은 창문 속 작은 한 사람이고, 그 작은 머릿속 뇌에 1%도 안 되는 공간에 고민이 가득할 뿐인데, 나는 왜 이리 힘들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보니 온 세상에 가득하다고 생각했던 고민도 별거 아니더라고요. 스르르 고민이 풀리던 그 기분이 참 신선했기에, 산에서 만난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까요?

저의 철학은 Flow에요. 흐름. 매 순간 몰입해서 살되, 지나간 일에 대한 걱정이나 다가올 일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으려 해요.

회사를 다니며 대학원을 병행하던 시절까지 저는 늘 바쁘게 살았어요. “나는 장녀니까, 나는 성인이니까 열심히 살아야만 해.” 하는 압박을 늘 스스로에게 줬었죠. 그러다 문득 그 압박을 내려놓았는데, 애쓰지 않아도 삶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더라고요.

여유를 좋아하는 마음을 누르고 일에 열중하며 살 때보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프리랜서로 자유로이 일하는 요즘 더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와요. 와이아웃을 만나 인터뷰하는 지금 이 순간처럼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지금처럼 저의 가치를 존중해 주시는 귀한 클라이언트분들과 함께 일하는 거예요. 결이 맞는 사람들과의 업무는 성취감이 높고 결과물 또한 좋은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분야에도 겁 없이 뛰어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아웃도어 러버로서의 목표는 높은 산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듯 낮은 물속에서도 여유로이 존재하는 거예요. 제가 물 공포증이 있거든요. 물에 대한 공포를 살살 달래가면서 물속에서도 산에서처럼 평온히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