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트래킹을 꿈꾸는 분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도록 베테랑 트래커 장군이의 시점으로 트래킹 스팟을 소개합니다.

그 마지막 편으로, 등산화 신기를 권고하거나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하는 중급, 숙련 코스로 안내합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코스이기에 앞서 초급코스를 모두 마치신 분들에게 시도해보실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SPOT BY 장군이
골든리트리버

북한산 대신, 북한산이 보이는

노고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203

우리 같은 털북숭이 친구들은 가족들과 함께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없어. 그래서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은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오늘은 나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길을 찾아내는 누나 덕분에 북한산의 멋진 암릉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에 가보았지. 바로 경기도 양주와 고양시 경계에 있는 노고산(해발 487m)이야. 북한산·도봉산·사패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작지만 멋진 산이지.

우리는 운이 좋게도 금요일, 주말이면 항상 붐빈다는 노고산을 독차지하게 되었어. 정상석 뒤로 보이는 북한산의 능선은 내가 봐도 멋있었지.
왼쪽으로는 마치 눈이 내린 듯 새하얀 인수봉·백운대·만경대·원효봉·노적봉 등의 상장능선이, 오른쪽으로는 의상능선과 비봉능선이 이어진 모습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어.

겨울에 더 좋은 억새 동산

민둥산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가을 대표 산행지로 손꼽히는 민둥산(해발 1,119m)은 이름처럼 산 정상 부근에 나무가 없고, 대신 억새밭이 능선을 덮고 있는 산이야.
정상 주 능선 억새밭을 따라 30여 분은 걸을 수 있을 정도지.

특히 매년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리는 억새축제 때는 그야말로 수만의 억새들이 하나의 은빛 강을 이룬 듯 출렁이는 모습이 장관이야.
하지만 ‘축제’라는 말은 양날의 검이야. 아름답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거든. 내가 가기에 별로 좋은 산은 아니라는 거지. 그렇지 않더라도 민둥산처럼 나무 그늘이 없는 곳은 털옷을 입은 우리가 산행하기는 힘든 곳이야.

그래서 나랑 우리 누나는 발상을 전환하여 사람과 더위를 피해 겨울에 민둥산을 찾았어. 그리고 민둥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지. 탁 트인 시야와 푸르른 하늘. 새하얗게 눈이 쌓인 언덕 말이야.

세 개 도를 아우르는 스케일

민주지산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1197

해발 1,242m 민주지산은 소백산맥의 일부야.
북쪽으로는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과 각호산이, 남동쪽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이, 경상북도 쪽으로는 직지사가 이어지는 등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네 개나 품고 있어.
그리하여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전라북도 무주군 등 무려 세 개 지역에 걸쳐 있는, 그야말로 스케일이 장난 아닌 산이지.

민주지산 정상으로 가는 최단 코스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에서 올라가는 거지만, 물한계곡 코스도 매우 유명해. 물을 많이 마시는 우리에게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은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코스여서 두말할 것도 없이 물한계곡 코스를 선택했어.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인 물한계곡은 이끼 낀 계곡과 빽빽한 잣나무숲이 마치 휴양림에 온 듯한 느낌을 줘. 수질 보호를 위해 계곡 초입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지만, 위쪽으로 올라가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 구간들이 나와. 계곡이 빗물에 불어날 경우를 대비해 계곡 위로 나무 다리를 설치해두는 등 잘 정비된 등산로 덕에 높이 대비 쉬운 산이었어.

가성비 최고 서울 등산지

아차산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5-117

서울과 구리의 경계를 이루는 아차산(해발 287m)은 능선의 한쪽으로는 서울, 다른 한쪽으로는 구리와 한강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등산하는 중간중간 볼거리가 아주 많지. 그리 높지 않고 도심 속에 파묻혀 있어도, 존재감만큼은 대단한 산이야. 내가 어릴 때, 본격적으로 등산이나 트래킹을 다니기 전부터 종종 갔던 산이기도 해.

아차산 능선은 고만고만한 높이의 용마산(해발 348m), 망우산(해발 282m)까지 이어지는데, 길이 꽤나 매끄러워서 종주하기에도 좋아. 다른 종주 등산에 비해 쉬운 편이지만, 경치와 역사적 깊이로 따지자면 다른 산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다만 도심 속에 있는 산이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만큼 인기가 대단해.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주말은 피해야 해. 시장 북새통 마냥 사람들이 붐비기 때문이야. 예전에 뭣도 모르고 주말에 아차산을 찾았다가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정신없는 산행을 했던 것이 기억나. 그래도 등린이 친구들한테는 강추하고픈 도심 속 산행지야.

등산계의 종합선물세트

원적산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436

이천에는 정말 유명한 산이 하나 있어. 해발 634m 이천시에서 가장 높은 원적산이야. 고려 말 공민왕이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는 설이 있어서 무적산(無寂山)이라고도 한대. 동으로는 여주시, 서로는 광주시와 경계를 이루며 길게 이어져 있는 원적산은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멋진 능선을 가지고 있어, 언제 와도 멋진 산행을 선사해주지. 누나와 나도 매년 가을마다 적어도 한 번은 꼭 찾고 있어.

주 능선길을 오르다 보면 헬기장과 작은 터들을 많이 지나치게 돼. 나무 계단으로 된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정상이야. 원적봉 정상에서 천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천덕봉에서 다시 내려다보이는 능선의 모습. 사방팔방 조망이 거침없는 원적산은 정말 매력적인 산행지야. 하지만 조망이 좋다는 건 곧 해를 가려줄 나무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해. 그러니 여름에는 절대 금물이야. 억새밭이 노을에 빛나는 가을 오후에 오면 원적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어.

원적산은 일몰과 일출은 물론, 밤에 보이는 이천 시내 야경과 별의 모습까지 하나같이 예술이야. 운이 좋으면 운해까지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지.

달이 머물다 가는 곳

월류봉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

한천8경 중 하나인 월류봉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자리한 해발 407m 봉우리야.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뜻이라는데 이름이 참 예쁘지? 달이 능선을 따라 마치 물 흐르듯 기운다고 붙은 이름이래. 꼭대기에는 월류정이라는 예쁜 정자가 있고, 아래로는 금강 상류의 한 줄기가 굽이쳐 흐르면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야.

월류봉은 1봉부터 5봉까지 총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있고, 그중 가장 높은 4봉이 해발 401m 정도야.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오르막이 매우 가파르고 미끄러운 편이니 주의해야 해.

월류봉을 마주 보고 왼편과 오른편에 징검다리가 하나씩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1봉, 오른쪽으로 가면 5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시작돼. 1봉에는 전망대가 있어.
이곳에서 흐르는 강물을 휘감아 두른 백화산맥을 내려다보면 꼭 작은 한반도를 보는 것 같아. 이곳에서 보는 일출도 기대 이상이니 하룻밤 묵거나, 일출 산행을 해서 해맞이를 하는 것도 좋을 듯해.

하늘과 바다 사이 여덟 봉우리

서산 팔봉산

충청남도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820

팔봉산은 해발 362m로 높이는 낮지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와 태안 지역의 가로림만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산이야.
그 이름은 여덟 개의 암봉이 줄지어 서 있다는 데서 유래했어. 팔봉산은 아기자기하고 작은 암릉이 매력적이야. 등산 초보자가 암릉을 경험해보기에 안성맞춤이지만, 계단을 오르고 로프를 타며 온몸을 써야 해.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

산행은 보통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1봉과 2봉 사이 갈림길에서 1봉에 올랐다가 차례대로 8봉까지 이어지는 코스야. 하산할 때는 8봉에서 사태사를 지나 어송리 주차장으로 내려와 어성 임도를 따라 양길리 주차장으로 돌아오거나, 중간에 4봉에서 어성 임도로 내려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