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사이트를 내가 직접 만든 장비들로 나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공방 <삼옥>과 캠핑 가구 브랜드 <파페포카>를 운영하며 캠핑을 즐기는 한상훈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한상훈
파페포카, 삼옥 대표

본인의 캠핑 스타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서핑과 캠핑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7년 넘게 즐기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캠핑과 서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바닷가를 주로 찾게 되면서 튼튼하고 바람에 강한 텐트가 필요하게 되었죠. 일반 텐트는 바닷바람에 힘없이 날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대형 돔형 텐트를 하나씩 사 모으게 되면서, 마운틴 하드웨어의 돔형 텐트들은 거의 다 가지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대형 텐트이다 보니, 내부를 꽉 차게 채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부피가 좀 있는 느낌의 장비를 세팅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제작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죠.

최근에는 처음으로 7박 동안 양양에서 캠핑을 했는데, 대형 텐트를 혼자 치느라 힘들었지만 편안하게 먹고 자고 서핑하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캠핑 장비를 선택하시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초반에는 블로그나 카페를 통한 공동구매 제품을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결국 브랜드 히스토리가 제겐 장비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사용하는 건 불편하더라도 브랜드 히스토리가 좋으면 선택하는 편이고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생기면 비싸더라도 하나둘씩 구매해서 직접 써보는 편입니다. 좋은 걸 써봐야, 좋은 걸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목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복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제주도 여행 중에 캠퍼들의 감성에 반해 “의자를 만들어 판매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과 함께 거침없이 제작했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목공방에서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배우다 보니 스스로 목표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렇게 제 목공방을 열게 되었어요. 지금은 가구와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와 인테리어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캠핑가구 브랜드 <파페포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목공 일을 2013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8년 차가 되었네요. 아메리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레트로한 감성의 제품을 주로 다루고 있고, 시그니처 제품은 어디서나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덱체어 입니다. 
대량으로 의뢰가 들어올 때의 제외하고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두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공의 가장 큰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목공은 머릿속으로 구상한 디자인을 직접 구현해낼 수 있는 수공예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심심할 때면 캠핑에서 이용하기 좋은 간단한 식기구를 직접 만들어 지인들에게도 기분 좋게 선물하기도 하죠.

물론, 제작하는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작업하는 동안에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작업을 끝낼 때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운영하시는 공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삼옥은 성수동에 있는 공방이자 스튜디오입니다. 나무 바닥부터 테이블, 의자, 가구 등 제 손을 거쳐 만들어진 공간이죠. 이곳이 삼층 옥상에 있어서 ‘삼옥’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혼자 디자인 구상을 하다가 바로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주중에는 다양한 목공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스튜디오로 운영하고 있고, 영화 <괴기맨숀>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죠.

이전에는 저의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한 카페로 운영하기도 했어요. 카페를 방문하신 손님이 클래스를 등록하고 가신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ㅎㅎ

캠핑을 떠나고 싶은데 바쁘거나 여의찮을 때면, 옥상에 마련된 캠핑 공간에서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며 멀리 캠핑을 떠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오늘 준비하신 세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JEEP의 92년식 체로키XJ입니다. 캠핑이나 서핑을 다닐 때면 늘 함께하는 고마운 친구죠.

마운틴하드웨어의 스페이스 스테이션이라는 텐트에요.
실제로 네팔에서 원정대가 직접 베이스캠프로 썼던 텐트를 입찰해서 구매하게 된 특별한 텐트죠.
세월이 흘러 빈티지한 느낌으로 벗겨진 틈 사이로 낮에는 햇빛, 밤에는 달빛이 새어 나오는 게 오히려 매력적입니다.

제가 천문학을 좋아해서 관련된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 텐트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물론, 산악 전문 브랜드로서의 브랜드 히스토리까지 마음에 들어요.

내부를 꾸미는 장비의 절반 이상은 제가 직접 제작한 제품이에요. 쉘프는 키친 테이블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요리하기 좋은 높이라, 쉘프 2개를 나란히 배치하면 주방처럼 편하게 요리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평소 브랜드와 디자인 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어네이티브에서 제작한 테이블을 가져왔습니다. 스툴의 경우 제가 사용하려고 직접 제작한 제품으로, 마찬가지로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어요.

오래된 제품을 가지고 있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가치가 오르는 일도 있어 신기하더라고요. 겨울철 난로의 열기를 고루 분산시켜주는 무동력 팬과, 빈티지 워터저그,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커밋체어입니다.

새제품으로 구매했지만, 오랫동안 캠핑을 함께하면서 찌그러지고 낡은 모습의 장비들이 정감 가게 느껴지네요.